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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첫사랑과 같은 설악에서(2)
이름: 시내


등록일: 2007-04-07 15:41
조회수: 4865 / 추천수: 908


많은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저는 유난히 겁이 많습니다.
특히, 아픈것에 대한 두려움은 말도 못할 정도지요. 예를 든다면 주사맞는것..

스물한살무렵, 치과에 가야할 일이 생겼는데 겁이나 미루고 미룬적이 있습니다.
충치를 뽑아야 할 지경에 까지 왔는데, 주사 맞을것이 너무 두렵더군요.
그러다 결국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용기를 내어 치과를 갔습니다.

제차례가 되어 의자에 누워있는데 의사선생님이 마취를 시키기 위해
주사바늘에 주사약을 넣고 계시던군요. 저는 그순간 안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사선생님 손을 붙잡았지요.
" 죄송합니다. 다음에 올께요"..라고 말하면서 얼른 병원문을 나왔습니다.
그때 의사선생님도 참 황당했으리라 싶어요.

그나이가 될때까지 주사 맞아본 기억은 6학년때 불주사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맞을 일이 있어도 무서워 맞지를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는 얼마나 겁이 더했던지요.
결혼을 하고 몇달있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고, 한참동안 실감이 안났는데
임신 5개월부터는 뱃속에서 무언가가 꼼지락꼼지락 해서 깜짝놀라기도 했는데
그 신기함도 잠시,  이제 애를 어떻게 낳을까? 하는
그 염려때문에 하루하루 그 걱정에서 놓여 본 적이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런 저를 지켜 보던 남편이 저러나 좀 지나면 괞챦겠지 하다가
좀 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제가 없는 다른곳에서는
저때문에 염려를 많이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산달이 다되어 가서 잡지책을 보게 되었는데
출산할때 진통이 시작되면 자신이 살아오면서 여태껏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그 고통을 견디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저는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바로 마음이 환해지면서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 가만있어 봐라. 뭐였더라!!'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설악산이 떠올랐습니다.
스무세살때 처음으로 찾았던 설악산, 그리고 남동생 둘과 삼남매가 나란히
백담사를 향해 걸으면서 커다란 호수를 지날때쯤 막내동생이 읆은 김소월의 시..

삼남매가 나란히 누워서 보낸 수렴동 대피소에서 일박을 할때 하늘에서 쏟아내릴것만 같던 별들과
그 가운데서도 버너뚜껑이 달그락 거리며 냄새 풍기던 씨래국맛이며..

그리고 스물다섯 5월에 찾은 설악엔 대청봉엔 아직 미쳐 녹지 못한 눈속에
산아래엔 진달래가 펴서 봄임을 감탄하게 했지요.
그래서 가장 행복한순간은 바로 설악산에서의 추억 이었습니다.
맞아! 설악산을 올랐때 순간을 떠올리면 되겠구나.. 진통의 순간에 말이다.

그래서 막상 아이낳을때가 되서는 사극에서 본것 처럼 이를 악물때의 경우를
대비해 수건도 준비하고 해서 마침내는 병원엘 가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배가 아파오는데.. 그러다 나중엔 견딜수 없을 정도로
진통이 진행되는 순간, 저는 그때를 농치지 않고 정말 설악산을 떠올렸습니다.
맨처음 친구랑 설악산을 찾았을때 오색약수에서 출발해 대청봉을 향하던 때 부터
시작해서.혼자 상상으로 어디쯤이다를 가늠 해봤습니다.

그러나 고통의 절정의 순간이 올땐,입에서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아~ 이젠 소청봉이야.. 중청봉이야.. 옆에 있는 사람이 알아들을수 없을 헛소리로
왜나면 남편이 알면 서운 할테니까요. 자기와 관련된 추억이 아니고
웬 뜬금없이 설악산 이냐고 서운해 하면 제가 미안하니까요.

그 산고의 고통중에 저는 설악산을 헤매며 그렇게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제 그 아이가 자라 열다섯살이 되어, 이 아름다운 봄날 생일을 맞았습니다.
오늘 서둘러 학교 가려던 아이가 현관문을 여는 순가,
문밖에서 폭죽이 터지고 '생일축하합니다' 라는 아이친구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니
문득 지난날 그 순간이 떠올라 잠시 미소 지어 봅니다.

옛시절,어느해 찾았던 설악에 산아래은  봄인가 싶더니 꼭대기는겨울이고
겨울인가 싶더니 봄이었던것 처럼, 저의 삶도 그동안의 세월속에 그때의 설악처럼
기쁨이 슬픔이 되었다가, 그 슬픔이 다시 기쁨이 되는것을 겪으며 세월을 맞습니다.

그런 풍요로움이 되어준 설악은 그래서 제게 첫사랑과 같은 곳이지요.
설악엔 머쟎아 진달래가 피고 철쭉이 필테지요. 딸아이도 예쁘고
사랑스럽게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노라면 설악산을 오를때 마냥 제겐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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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리
설악에서의 1편을 참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었었습니다.
이번 2편의 설악과 일상의 삶이 묘하게 어우러져 오랜 추억으로
간직하고 지내는 그모습이 정말 아름답네요.
설악의 멋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2007-04-07
21:10:51

[삭제]
시내
산그리님! 제 글을 읽어주시고 글까지 남겨 주시어 고맙습니다.
님도 산에 대한 추억이 많으실테지요? 설악에 대한 추억도..
계절이 아름답다 보니 아주 작으마한 추억들도 제마음에 다가오곤 하네요.
평온한 나날들 보내셔요 ^^
2007-04-09
19:23:27

[삭제]
죽화
시내님
나누는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좋은 추억을 나누어 함께 즐겁도록 해주신 시내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늘 잔잔해 시내물처럼 되시기를...
2007-04-12
22:12:22
김삿갓
솔직한 그때의 추억을 함께 하니 저도 님처럼 겁이 날 것 같군요. 겪어 보지 않았으니 어찌...
설악산에 대한 좋은 추억도 갖고 계시는데 요즘은 어떠하신지요.
자연이 빚어 놓는 신비로움과 비경은 바라보는 자의 마음상태에 따라 그리고 시절에 따라 무척 다양한 느낌을 주는 것 같지요.
같은 산을 여러번 찾을지라도 지겹지 않고 좋은 것은 참 신기하지요.
즐겁게 님의 추억에 동참해 보고 갑니다.
2009-03-03
16: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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