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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푸른잔디에 누워..
이름: 시내


등록일: 2007-07-27 06:31
조회수: 4498 / 추천수: 793


나이가 조금 들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나는 가끔씩  동요를 조용히 불러보곤한다.
그 노랫말들의 아름다움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때,아무런 생각없이 부르던때 와는 달리
어른이 되어 노랫말들을 하나씩 떠올려 가며 불러보는 지금,
동요는 나를 유년시절의 들판을 누비게도 하며, 고기를 잡으러 다녓던 시냇가,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 마을에서 꿈을 꾸게도 한다.

가령,
솔~솔~ 부는 봄바람 싸인 눈녹이며~~♬

이 노래를 부를때면 또래의 계집아이들과
고무줄놀이을 할 때 고무줄을 겨드랑이 즈음에 걸쳐놓고 부르던 노래라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다리를 뻗혀 고무줄을 걸고, 감고 뛰던때
동시에 찰랑대던 아이들의 머리칼들, 폴~폴~ 뽀얗게 먼지들은 날고,
가시나들! 가뭄든다며, 지나가는 말로 나무라시던 어른들
그시절 동네골목 풍경이 그려진다.

모래성이 하나 둘
허물어 지며 아이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며~~♬

이노래에 떠오르는 기억들은 가을이 끝나가고 초겨울이 시작될 무렵..
타작을 마친 논이나, 동네 한가운데 큰 밭에 담배농사가 끝나고 배추나 무등
김장감도 거둬 들이고 나면 밭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밭 주인아주머니의 고함소리가 때때로 들려오기도 했지만 고개를 쑥이는것도 잠시다.

오징어잡이. 고기잡이..
이런 놀이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는데 어느덧 해는 뉘엿 지고있고
집집마다 연기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밥먹으러 오라는 소리에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가고..

모래성에서 처럼 하나 둘 허물어져 가고
초겨울 저녁 하늘에는 샛별이 하나,둘씩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때의 쓸쓸하면서도 평온함, 그 따스했던 기억들..

가끔 친구 말순이가 집에 놀러오면 피아노를 쳐 달라한다.
더듬더듬 겨우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을 쳐 주면 친구는 늘 어린시절이 떠오른단다.

어느해  여름날,어머니는  산에 약초를 캐러 가셔서
돌아오지 않으셨는데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고 골목어귀를 서성이며  
어머니를 걱정하며 기다리던  그때가 떠오른단다.

곡의 분위기가 마치 호수에 달빛이 일렁이는 모양을 떠올리게 해서
월광소나타란 이름이 붙이게 된 것 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고 ' 푸른잔듸 '
풀냄새 피어나는 잔듸에 누워 새파란 하늘가~~♬

이 노래를 부를때면  우리동네 거랑에 소를 몰고가 소들을 풀어놓고
아이들과 공기를 하며 더러는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야구를 하던 기억이난다.

소들은 '썩" 썩" 소리를 내며 풀을 뜯고
우리들은 소꿉놀이를 하기도  잔듸를 훑기도 했다

가끔은 할미꽃, 질경이,손으로 흝으면 참외냄새가 낫던 이름모를 풀들과
잔디가운데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봤던,
그때를 상상하며 노래를 불러보며는 아직도
그때 코끝으로 전해졌던 풀향기가 또렷이 떠오르곤한다.

소설가 공선옥씨는 어느날,
섬진강 강가에 아이들과 소풍을 가서 강언덕에 가득 핀
자운영꽃에 감탄을 하며 아이들을 풀어놓고 자신은 그 꽃들 가운데 누워
이 노래를 불러 보았는데 끝내는  울어버리기도 하였단다.

훗날, 자신의 아이들이 그날 영문도 모르게 울어버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나 할까 라고 했는데..
아름다움은 때로는 슬프기까지 하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추억이 이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한적한 오후에,
햇살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어느날엔 동요를 불러보며
나는 나뭇잎배를 냇가에 두고온 소년이 되어 보기도 하며

앵두로 목걸이를 만들어
동무들과 달맞이를 가는 아가가 되어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어느새 자그마한 아이로 돌아가
내기억속의 유년의 동산을 거닐며,자라면서  보아왔던 그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게 조차 고마워 하며 내 영혼은 쉼을 얻게 되고만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동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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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화
너무너무 좋으네요 순수한 심성 그마음을 우려내는 글솜씨
이 아침에 좋은 글 맘에 담아 행복합니다
좋은글 올려주시어 감사합니다 시내님
행복하세요
2007-07-27
07:24:39
시내
죽화님! 고맙습니다. 이글도 몇해전에 써 둔 글인데, 이번을 계기로
다시 동요부르는 시간을 자주 갖고자 합니다. 이렇게 칭찬해주시는 죽화님이 계셔서
글쓰는 일이 즐거워 질것 같습니다. 평안하셔요, 죽화님~~
2007-07-29
18:43:40

[삭제]
김삿갓
유년시절에 자연속에서 성장하시며 이렇게 좋은 추억을 갖고 계신 시내님 참으로 부럽습니다.
어릴땐 내용 음미가 약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노래말들이 너무나 좋다는 말씀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저는 8살까지 시골에 살았던 기역밖에 없으니....
요즘 아이들 정말 안타깝지요. 허구헌날 학원과 콤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이들의 미래가 상상만 해도 끔직할 것 같지요. 비록 좋은 환경에서 먹고픈 고기도 많이 먹고 핸드폰도 있고 콤퓨터로 게임도 즐기면서 성장하지만 심령으로 잃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으니....
시내님 정성으로 님의 추억에 함께 머물다 갑니다.
너무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시내님 그리고 자주 뵙길 기대합니다.
2009-03-03
13: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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