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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묵채 먹고 오던길..
이름: 시내


등록일: 2011-08-09 21:20
조회수: 4355 / 추천수: 839


어제 오후에는 친구의 차를 타고
아주 멋지고 아름다운 길을 지나게 되었다.

예상치 않았던 터라, 내가 그리 감동할 길이 펼쳐질지 몰랐던 터라
나 혼자 감동하는 동안 그 길을 여러 번 오갔을 친구는 별 말은 없었지만
그러는 나를 보며 속으로는 은근히 흐뭇해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길이냐면 반야월에서 시지로 넘어가는 강 길이다.
가 본 사람들은 뭐 그 길을 두고 그러냐고
아주 대단한 길인지 알았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어제 그 길이 내 마음에 그리 와 닿았던 것은
아마도 지금이 6월이어서 더하지 않았을까싶다.

군데군데 넝쿨장미가 피어있고
얼마전 어느 친구가 문자로 보내온 말 처럼
신록이 꽃 보다 더 아름다운 줄을 이 나이에 알게 되었다고
나도 이제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강가에는 무더기 무더기 여러 풀들이 숲을 이루고
길게 이어지는 강 줄기..
더군다나 해질무렵의 평온까지 더해 우리의 영혼을 포근히 감싸주는듯 했다.

그 길 중간즈음을 가다 이른 저녁을 먹기위해
어느 식당에 들리게 되었는데
식당 이름도  그곳에 딱 어울리게 수수밭이란 이름의 칼국수 집이었다.

앞밭에는 보리싹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고
한쪽엔 햇볕을 받아 반들반들 윤이나는 상추들이 올망졸망 자라나 있었다.

매뉴판을 보는 순간, 묵채가 있길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묵채를 시켯떠니 친구도 따라 같이 주문을했다.
일부러 같은거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괜챦단다.

딱히 묵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묵채를 시킨것은 그 장소에는 그 음식을 먹기에 가장 좋을듯 해서였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문인들이 기억에 남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에 관해 쓴 글을 읽은 적이있다.

그때 어느분이 자기가 좋아하는 묵밥집 이야기를 썻는데
그 글이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었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어느 작은 도시인가에 있는 집인데
그때 그이가 묵밥이 굉장히 맛있다고 했기 보다는
묵밥집 풍경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했던것 같다.
내 상상력으로 그 묵밥집을 그려보았으니 말이다.

특별히 모래 보다는 흙이 더 많이 섞인 마당이며
뒷 곁엔 할아버지가 오랜동안 해 오던 두부를
멧돌로 콩을 직접 갈아서 만들고 계신다던가?

담백한 육수맛이며,그 묵밥을 먹고나면
마음이 평화롭고 훈훈해진다는 그런 표현들을 했던것 같다.

그는 맛있는 묵밥 이야기 보다는
그리운 고향집이나, 어머니의 체취 같은
마치 오래동안 그리워 했던,어떤그리움에 끝에 닿기라도 한듯
지친 심신이 잠시 위로 받을수 있었던 완벽한 평화 같은 맛이랄까?
그 가 말한 묵밥집의 대한 나의 기억은 그렇다.

어제 그 집도 묵채가 맛있었다고 할수도
또 육수맛도 담백할 수도 없는 집이었지만
나도 그에 못지않는 평화로움 같은 것을 느껴볼 수 있는 집이었다.
어쩌면 단지 그 아름다운 강길을 가다 만난 곳이란 이유만으로도..

그리고 어제 그 장소가 그리 좋았던 것은
또 다른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곳이어서 이기도 하다.

몇해 전 이른 봄날, 버들강아지가 나오고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무렵, 어느 어린 봄날에
바람을 쐬어 주겠다며 어느 친구가 그 강길을 데려가 주었다.

가는 길엔 농부들이 밭갈이를 하시다 밭 머리앉아
막걸리로 새참을 들고계시고
정겨운 봄 풍경에 마음이 살포시 부풀게 된 날이었다.

그날도 친구와 나는 어느 칼국수 집에서 찹쌀 수제비를
먹었는데 그 집도 생각해보면 맛이 좋아서 생각난다고 할수도 없는 곳이었는데
그 날 그 들녘이, 여리고 착한 봄볕이 좋아서
그 가운데 있는 그 집이 좋아서 더 감탄했던 것 같다.

훗날 가끔씩 그 친구에게 그날, 그 때가 참 좋았노라고
몇번 얘기 한적이 있는데
친구는 " 언제 말이고? 몰라.." 시치미를 뚝 떼는건지 몰라도
야는 참 감동도 잘한데이, 이런 표정으로 나를 보고는 했다.

가끔씩 나는 쓸쓸하거나 뭔가를 떠올리고 싶을때
그날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 내 마음이 이른 봄날처럼 되곤하는데..

어제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그런 말을 했다.
영어로 친구란 말의 뜻은 말이야! 빵을 같이 먹는다는 뜻이래..
같이 빵을 먹는 사이, 그러고 보면 식구라는 말도 비슷한거 같아!라고..

요즘은 기억이란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번 점심식사를 같이 한 남자를 평생 잊지 못해서
그때 그가 사용한 포오크와 나이프를 오래 간직했다는  여인처럼
함께 식사 하는 것 보다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도 잘 없지싶다.

어제 그 평화로운 강길이 더 정겨울 수 있었던 것도
그 길 가운데는 수수밭 같은 밥집이 있어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서 묵채 보다, 육수맛 보다
완벽하고 담담한 평화를 오랜만에 맛 볼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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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화
잘계시지요 시내님
담백하고 깔끔한 오이냉채같은 맑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여름철 건강유의하세요
2011-08-10
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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