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날, 이런 비온날 오후 무렵이면
엄마는 밀가루에다 콩가루를 적당히 섞어 반죽을 해놓고는
홍두깨를 꺼내 몇번이고 밀어서 손국수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솥에다 멸치를 한주먹 넣고,
다싯물을 끓이다, 김이 나면 큼직하게 썬 감자를 넣고
감자 익어갈 무렵엔 썰어놓은 국수를 넣고
마지막에는 애호박. 푸기 직전엔 부추를 넣으셨다.
참기름 듬뿍넣고. 매운고추 몇개를 넣어 양념장도 미리..
마당에는 멍석을 깔고 커다란 상을 내다 놓는다.
그런 다음 이웃사람들을 부르러 가는 일은 내가 아니면 내 동생들이 했다.
그렇게 해서 한사람, 한사람이 오시면
우리식구까지 해서 마당엔 한 가득 사람들이..
커다란 솥에 한 가득이던 국수가..
저걸 누가 다 먹나? 했던 국수가, 그럭저럭 ..
그래도 손 큰 우리엄마가 한 손국수는
언제나 마지막엔 한 그릇 정도는 남았던 거 같다.
요즘은 일부러 시장가서 장을 보곤한다.
애호박,호박잎.가지나물, 풋고추찜등
양파 잘게 썰어 풋고추 듬뿍넣고 애호박넣고
강된장을 만들어, 호박잎 찐거에다..
사실, 그동안은 이런거 만들어 먹어본게 얼마 안되는 거 같다.
지금은 맛도 맛이지만, 어린시절 생각나서
꼭 엄마냄새 나는 음식들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평화로워져서..
풋풋해 지고 평화로워 지는게 좋아서, 그게 디게 좋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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